한 달도 더 넘은 시간이 흐른 거 같은데 2주밖에 안 지났습니다.
처음에 유방암 이란 얘길 듣고 마치 "감기입니다" 라고 들은 듯 어찌 그리 아무렇지 않았을까요?
작년쯤부터 왼쪽 가슴에 몽우리같은게 잡혔습니다.
' 별일 있겠어? 주위에 물어보면 다들 뭐가 잡힌다 하는 것도 같던데.. '
워낙 병원과 친하지 않고 코로나까지 겹쳐 건강검진이 더 늦어졌습니다.
코로나 직전에 검사 했었으니까란 생각에 안일하기도 했고요..
그러다 얼마 전부터 찌릿함이 느껴졌고 며칠 후엔 통증이 느껴졌습니다.
검색을 해보니 역류성식도염이 심하면 통증이 있을 수 있다고 해서
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을 하고 근천 검단 탑 병원을 방문했습니다.
선생님께서도 역류성식도염일 수 있다고 하시며 촉진을 하시고
초음파와 X-RAY까지 찍었습니다.
초음파를 너무 길게 찍어서 살짝 떨리긴 했습니다.
영상의학과 선생님과 유방외과 선생님의 의견이 좀 다르다며
유방외과 선생님께서 다시 초음파 촬영을 해주셨습니다.
그 모습에 엄청 정성이 느껴졌고 안정감이 들었습니다.
결과는 유방암이 맞는 거 같다고 하셨습니다.
1.6cm, 0.9cm......
다 기억은 안 나지만 4개의 덩어리가 보인다 하셨고 조직검사 의향을 물어보셨습니다.
그때 제 감정은 뭐였을까요? 어찌 그리도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가 있었을까요?
따끔할 거라며 걱정해 주시는 선생님.
생각보다 아프지 않았고 잘 참는다며 칭찬을 들었습니다. ^^
2기인 것 같지만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.
그럼 3기 일 수도 있나? ㅜㅜ
신랑과 함께 병원을 나와서는 가깝지 않은 집까지의 거리를 이대로
하염없이 걸어갈 수도 있겠다고 했던 게 기억에 남습니다.
서로 말은 안 해도 알 수 있을 거 같은 감정들이었습니다.
두 손 꼭 잡고 집으로 가며 이 시기를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기회로 갖자며
감사해하자고 서로를 위로했습니다.
1주일 지나고 조직 검사 결과를 보러 갔습니다.
이미 알고 있어서 가볍게 병원을 방문했습니다.
근데... 갑자기.... ㅠㅠ
가슴 위쪽으로 전이여부를 봐야 한다며 또 초음파를 찍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.
전이는 생각지도 못한 건데...
초음파를 보는 내내 긴장감이 최고조였고 딱! 딱! 사진을 찍는 소리가 너무 무서웠습니다.
동생이 갑상선암 수술을 했던 터라 안심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.
다행히 깨끗하다 하셨고 진료실을 나온 후 긴장이 풀려서인지 한참을 울었습니다.
전이가 없으니 수술 후 더 건강한 삶을 살아야지!!
감사합니다!!!
늘 건강이 최고야라며 몸에 나쁜 것들은 안 먹으려 했고 크게 문제가 없었던 거
같았는데 여러 면에서 일상의 균형이 무너져 있었던 거 같습니다.
40대 후반 지금이라도 내 몸을 알 수 있어서 감사했고
잘 고쳐서 나머지 인생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습니다.
암이란 진단 후 젤 불편한 건 외식이었습니다.
집에선 신랑이 꼼꼼하게 공부 후 식단을 챙겨주었지만
밖에선 여건이 안되니 지인들을 만나야 하는데 나 때문에 제약이 많으니
미안했습니다.
호르몬 계열과 연관이 깊은 암이다 보니 고기, 우유, 계란을 멀리하고
밀가루와 튀김류를 제한하여야 했습니다.
40대 후반.
오랜 기간 있었던 아웃렛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로드샵에서 진짜 내 색깔로 나만의
공간을 만들어 보려던 시기에 맞닥뜨린 일이었습니다.
아직 정해진 것이 하나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식단 조절과 운동이 다였습니다.
그렇기에 가끔씩 무기력해지기도 했습니다.
27년간 앞만 보고 달려오다 쉼이 찾아왔는데 영 익숙하지 않습니다.
그렇지만 또 너무 익숙하게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는 있습니다. ^^;;
갑자기 너무 많아진 시간에 갈팡질팡 하고 있는 내게 언제나 그렇듯이 몇 가지 예시를 들어줍니다.
나보다 더 날 잘 나를 아는 사람입니다.
평생 놓지 못하는 영어 공부 ~!
갑자기 또 끓어오르는 나의 열정!!
유튜브를 보며 영어회화, 영어 독학 등 폭풍검색을 하는 나에게
시원스쿨의 존재를 알려 준 신랑 ^^
이게 무슨 일입니까?
무려 2015년에 구입했던 나의 시원스쿨입니다.
책 한 권, 한 권을 정성으로 닦으며 1년 후를 상상해 봅니다.
초반 열정은 엄청나고 부담 없이 시작하니 재밌습니다.
힘을 좀 빼야겠습니다.
늘 삶에 힘이 빡 들어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.
그렇다고 완벽하게 해내는 것도 아닌데
좀 편안하게 가야겠습니다.
'0'이 되는 날이 없도록 해야겠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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